대덕의 역사문화

집의 구성 : 기둥 (柱, 楹)

카테고리
전통건축
작성자
대덕문화원
작성일
2025-04-07
조회
72
집의 구성 : 기둥 (柱, 楹)

 
건축의 내부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기둥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둥이 사용된 시기는 아주 오래 전 인간이 동굴주거를 나와 움집은 만들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선사시대 움집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기둥이 집을 지탱하는데 중요한 구조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기둥은 반드시 초석 위에 놓아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기둥에는 꼭 초석을 받치게 된다. 이와 같이 기둥 놓이는 위치와 초석의 위치는 똑 같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부르는 기둥 이름은 초석과 같다. 초석 편에서 분류한 대로 건물의 바깥쪽에 놓이면 외진주(外陣柱)라 하고 건물의 안쪽에 놓이면 내진주(內陣柱)가 된다. 앞쪽에 놓이면 정면주, 뒤쪽에 놓이면 배면주, 측면에 놓이면 측면주라 부른다. 이러한 명칭에 따라 건물 가장 중심에 세우면 옥심주(屋心柱)가 된다. 건물의 모서리에 세우면 우주(隅柱)가 된다. 기둥은 또한 높이에 따라 고주(高柱), 단주(短柱), 평주(平柱)로 구분된다. 위치와 높이를 혼합하여 모든 기둥의 명칭을 붙이게 된다. 예를 들면 정면 중심부에 세운 일반적인 기둥은 '정면평주'가 되며, 건물 내부에 세운 높은 기둥은 '내진고주'가 되는 것이다. 기둥은 또 단면 모양에 따라 둥글면 원주(圓柱), 8각형이면 8각주(八角柱), 사각형이면 방주(方柱) 등으로 구분된다. 기둥의 모양을 분류하면 세워놓고 볼 때 생긴 모양에 따라 배흘림 기둥, 민흘림 기둥이 있다. 배흘림 기둥은 기둥 중간 배가 불룩한 모양이고 민흘림 기둥은 아래가 약간 넓어지는 기둥을 말한다. 그리고 단면에 따라 두리기둥(圓柱), 8모기둥(八角柱), 4모기둥(方柱)이 있다. 이중 두리기둥은 궁궐, 사찰, 사당 등 위엄 있는 건축에 많이 쓰였고 4모기둥은 일반 건축에 흔히 사용되었다.

기둥을 만드는 기법에서 또한 가장 인지 공학적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기술은 배흘림이다. 배흘림 기법은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법이 있다. 즉 기둥의 전체 높이 중 밑에서 ⅓되는 부분을 가장 굵게 만들어야 한다. 기둥을 만들 때 중간부분을 불룩하게 함으로서 아름다운 안정성을 보여준다. 배흘림은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둥 높이에 따라 굵기가 달라진다. 그 굵기는 밑둥에서 ⅓ 높이 부분이 가장 불룩해야 최고의 멋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강릉 객사문 기둥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배흘림 기법은 우리 나라 건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나아가 서양건축에도 사용된 기법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각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공통적임을 알 수 있다. 민흘림 기둥은 밑둥을 상부보다 굵게 만든 기둥이다. 외형으로 보아 배흘림 기둥보다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지만 안정되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기둥은 생긴 그대로의 원목을 이용한 기둥이다. 가공하지 않고 자란 그대로를 그 방위에 맞춰 세우는 기둥이다. 나무가 자란 방위를 다르게 세우면 틀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밑둥이 굵어 안정된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가공하지 않은 나무의 역학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원리이다. 한편 기둥을 세우는 2가지 기법은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한 기술이다. 하나는 '귀솟음'이고 다른 하나는 '안쏠림'이다. '귀솟음'은 가운데 기둥보다 양쪽 귀퉁이 기둥 높이를 조금 높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축은 긴 장변이 정면이고 짧은 단변이 측면이 된다. 따라서 건물을 정면에서 보면 양쪽이 쳐져보이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착시현상이라고 하는데 착시를 바르게 교정하기 위해서는 양쪽 귀기둥을 약간 솟게 만든다. 인간의 심성을 헤아릴 줄 아는 선조들의 기가 막힌 기술이다.

사람의 눈 높이에서 건물을 볼 때 기둥을 수직으로 바로 세우면 기둥이 높아서 귀기둥 윗부분이 약간 벌어져 보이는 것도 착시현상이다. 이것을 바로 교정하기 위해 양쪽 귀기둥을 조금 안쪽으로 기울여 세우는 것을 '안쏠림'이라고 한다. 이 또한 인간의 착시를 교정하기 위한 선조들의 기술이다. 기둥을 다듬을 때는 먼저 방형 모기둥으로 깍은 다음 8각형으로 다듬고 그리고 나서 모를 다듬어 원형으로 만든다. 이 때 사용하는 도구는 대패가 아니라 '자귀'를 쓴다. 자귀는 도끼와 비슷하게 생긴 것인데 날이 도끼와 달리 자루에 직각방향으로 달려 있다. 대패보다 훨씬 이전부터 쓰여지던 도구이다.
집을 만들 때 집의 곳곳에 여러가지 문양을 세겨두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지붕 용마루 끝에 치미( 尾), 취두(鷲頭)가 있다. 이것은 분명히 새(鳥)와 관련된 말이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지붕 용마루는 새의 머리와 꼬리를, 지붕 꼴은 새의 날개를 의미하며, 기둥은 곧 새의 다리를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석은 곧 새의 발이 되는 것이다.

기둥의 상징성은 '용솟음', '통일', '집중'으로 표현된다. 용솟음은 봄을 나타내며 남자를 상징한다. 오행으로는 '목(木)', 음양으로는 '양(陽)'작용을 한다. 이렇듯 기둥은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당간지주도 하나의 기둥이며 솟대, 장승도 넓은 의미의 기둥인 것이다. 화엄사 구층암 선실에는 지금도 생긴 그대로의 나무를 기둥으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에 순종한다는 생각이 건축물에 표현된 하나의 사례이다.

기둥 밑은 굵게 하고 위는 가늘게 한다. 나무를 거꾸로 세워 쓴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예로부터 금기 사항이었다. 때문에 자연히 기둥 밑 부분이 굵어지게 되는 것이다. 목수들이 기둥을 세울 때는 그 나무가 자란 방위를 그대로 써야 한다. 만약 이를 거스르면 후에 기둥이 틀어지고 변형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고 생각하였다. 원은 하늘(天)이며 신계(神界)이다. 양(陽)의 역활을 하며 신과 관계된다. 원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영원을 나타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옛날 문헌에 의하면 신은 그 중심이 어디에나 있고 그 둘레는 아무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땅은 사람의 세계(人界)이고 음(陰)의 역할을 한다. 원은 네모보다 격이 높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두리기둥은 궁궐, 사찰, 문묘, 사당 등 위계가 높은 건축에 쓰여졌으며 민가와 같은 일반 건축에 함부로 쓰지 않았던 것이다. 민가에서는 모기둥을 써야 했다.